★4.7/5.0 [모순-양귀자] 스포주의 소설추천 책추천 베스트셀러 독후감

스르를 2024. 5.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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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양귀자]

뚜렷한 주제의식과 담백한 문체가 매력적이고, 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에 인생에 대한 고찰이 담겨진 책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라일락 향기 아련한 봄밤에 남매끼리 마주 앉아 나누었던 한잔의 술, 그 아름다움.'

내가 참 좋아하는 대목이다.

마음으로 그려지는 분위기와 코끝까지 느껴지는 라일락 향, 아름다운 문체까지

또.. 한편으로 느껴지는 미운 우리 오빠

내가 이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서 자신을 떠올린다는 것을 미운 오빠는 알까?

어쩔땐 죽도록 밉지만 한번씩 떠올리면 아련해질 정도로 공유한 추억이 많은 내 오빠이다.

이 참에 용서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지...


 

나영규는 나와 비슷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하는 나영규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나영규에겐 이것이 사랑임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이런 모습이 없는 안진진과의 마지막 결말까지 생각한다면 이 책의 완성도에 감탄할 수 밖에 없게된다.

 

마지막 문장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찼다.

사랑이란 단어없이 사랑을 표현한 부분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친구에게, 남자친구에게,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와 은혜를 떠올려보면 나도 내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편협했던 내 사고를 돌이켜보게 한 대목..


저자의 메시지가 여기서 벌써 있었음을 짐작하지 못했다.

삶이란 간단하지 않으며, 모순과 손잡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상처만을 준 아버지에게서 모순적이게도 많은 것을 깨달은 진진.

나 역시 오랜 시간 아버지를 떠올리며 스스로 상처받고 고민하며 수많은 생각을 해왔다.

그 시간은 인생에 대한 고뇌와 아버지가 나에게 미친 영향을 포함한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누추한 나는 너무나 부끄러운 존재였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법이다.

우리의 사랑을 아름답고 깨끗한 것으로만 채우고 싶은 마음. 나인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피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가장 누추한 곳을 드러내 보여도 그것 또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역시 모든 것이 모순이다.


 

 

누구세요 라는 아버지의 첫 마디를 듣고 나는 안진진과 함께 무너졌다.

마음 속 꽁꽁 감춰둔 아버지를 누군가 들춰내버렸고, 난 한참을 황망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동정심, 원망과 사랑은 안진진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다. 

 

내 아버지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아버지도 안진진의 아버지처럼,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 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김장우의 집에 방문했을때의 장면에선 사랑을 깨달았다.

8년동안 긴 연애를 해온 나이지만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다.

이 감정이 사랑이구나. (사랑을 서술하는 양귀자 작가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사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많은 허례허식과 사랑을 논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속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깜빡 잊었던 것 같다.

사랑은 다름이 아니라 마음에 대한 것이다.

김장우의 집 장면은 이 마음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철렁 할 수 밖에 없는 이모의 편지

가장 행복한 사람의 불행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안진진이  나영규를 택하다니..

이건 마치 나영규같은 나와 그렇지않은 나의 남자친구가 이토록 오랜 시간 만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란 참 많은 것들이 모순적이고, 그 모순이 모순적이게도 행복의 길일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내가 가진 불행이 내 행복이었다.

내가 가진 고뇌와 슬픔, 좌절과 한탄이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모순-양귀자]

★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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